36 정순열(鄭順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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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1993년 4월 23일)
효행상(孝行賞)
경북 상주군 공검면
효부(孝婦) 정순열(鄭順烈) 60세

정순열(鄭順烈) 여사(女史)는 5남매 중 맏딸로 태어나 18세 때에 부모님을 여의고 동생들의 양육(養育)을 맡게 되어 혼기(婚期)를 놓치고 28세 때에 고명석씨와 결혼했는데 시댁은 일찍이 시아버지와 시숙(媤叔)이 별세(別世)하여 남편이 맏아들 노릇을 해야 하는데 땅 한 평 없는 가난한 형편이었다.

시가(媤家)는 시아버지 때부터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 왔으며 남편도 머슴살이의 대(代)를 물려 받아 모리강 죽과 나물 죽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그래서 정여사(鄭女史)는 신혼 초부터 남의 집 날품팔이와 막노동을 해야만 했다.

정여사(鄭女史)는 그렇게 가난하면서도 시어머니에게는 밥을 지어 드리는 효부(孝婦)이고 자신은 철이 바뀌고 명절이 되어도 옷 한 벌 사입을 수 없었지마는 시어머니에게는 새 옷을 해 입혀 드리고 자신은 시어머니가 입던 헌 옷을 입고 살았다.

이것을 지켜 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드물게 보는 효부라고 칭송(稱頌)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렇게 가난해도 건강할 때에는 그런대로 지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시어머니(당시81세)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다.

워낙 가난하여 병원(病院)이나 약국(藥局)에 갈 처지는 못되었지마는 민간요법(民間療法)으로 좋다는 약을 산과 들에서 구해다가 달여 드리고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의 손발이 되어 식사 시중과 대소변을 받아 내고, 손발을 씻어 드리고, 머리를 감겨 드리고,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옷을 갈아 입히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방 청소를 깨끗이 하고, 재래식 온돌 부엌에 불을 지펴 항상 방의 온도를 조절하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병구완(病救援)을 했으나 워낙 연로하시고 쇠약한 몸이라 3년 전부터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植物人間)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데 엎어진데 덮치는격으로 동서가 조카 2명을 두고 가난이 한(恨)이 되어 개가해 버리자 정여사(鄭女史)는 조카 양육까지 맡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러나 정여사(鄭女史)는 이 모든 고난이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받아 들이고 열심히 살아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20여년 간 머슴살이로 알뜰히 모은 돈으로 논 1천평을 사서 농사를 짓게 된 정여사(鄭女史)는 오늘도 시어머니(91세)의 간병(看病)에 정성(精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