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이계숙(李桂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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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2013년 4월 18일)
열행상(烈行賞)
대구광역시 중구 문화동
열부(烈婦) 이계숙(李桂淑) 53세

1984년에 시집 온 이계숙 씨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지인과 합석한 자리에서 본인도 모르게 히로뽕이 섞인 술을 마시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인들은 조직폭력배인 동성로파의 조직원들이었다. 마약을 입에 대기 시작하면서 남편은 마약밀매, 폭력행위 등의 조직폭력배 생활로 교도소를 제 집같이 드나들며, 20년 넘게 교도소 생활을 하였다. 

집안 생계는 파탄날 수밖에 없었다. 달리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이계숙 씨는 날품팔이와 식당 허드렛일 등으로 남편 옥바라지와 두 아들의 양육을 책임져야 했다. 또한 어려운 형편에도 봉양할 자식이 여의치 않은 84세의 시어머니를 수시로 찾아가 돌봤다. 

10여 년 전 어느 날,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도소로 남편 면회를 갔다. 그런데 남편은 몸이 죽을 만큼 아프다며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수감자의 단순 거짓말로 치부한 교도관이 남편의 말을 무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의 몸 상태를 본 그녀가 교도소 측에 재차 건의하여 병원으로 이송, 검진을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 남편은 괴사병이라는 불치병으로 1년 여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괴사병은 몸 속에서 살이 썩어 나오는 무서운 희귀병이었다. 

스스로 변을 보지 못해 몸에 배변줄까지 생활하게 되면서 남편은 결국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어 나왔다. 의사는 그녀의 재촉이 없었다면 남편은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였을 거라고 말했다. 정밀검진을 위해 1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검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석방되어 나온 후에도 남편은 만성신부전으로 현재까지 계속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편은 삶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하반신 불구로 부축 없이는 걷기도 힘들 뿐 아니라, 살이 썩어 들어가 그 몰골은 가족이 아니면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또한 몸에 달린 배변 통이 뒤척임에 종종 터져 자다가도 침구를 갈고 세탁해야 하는 등 이계숙 씨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2012년 9월에는 자신마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이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되었지만 정부생계비 100여 만원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병원비, 약값 등을 내고 나면 턱없이 부족해 주위 지인들의 도움이 없이는 살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는 여전히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살피는 한편, 가정의 생계를 이끌어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에 대한 그녀의 노력과 지극한 정성은 이웃들이 손꼽아 적극적으로 추천할 정도로 주변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